좋은 마을버스 회사 입사하는 법 - 무 경력 신입 필독

2020. 9. 19. 00:21서울시 마을버스/운행이야기

(2020년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마을버스를 비롯한 각종 노선버스를 운행하는 운수회사들이 긴축 운영 중이다. 예년에 비해 입사하기가 더욱 까다로워진 셈. 어서 하루 빨리 백신이 개발되어 코로나19 걱정 없는 사회로 돌아가길 바랄 뿐이다.

버스 운전직을 하기로 결심했다면 앞서 포스팅 한 1종대형 및 각종 자격증 취득을 먼저 해둘 것을 권한다.

johnsweek.tistory.com/181

 

버스기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1종대형, 어떻게 취득해야 하나?

어렸을 때부터 고속도로에서 만나게 되는 고속버스를 보면 가슴이 두근거렸다. 장차 버스기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당연히 하지 못했지만, (버스 크기에 비해) 작디 작은 운전기사 아저씨가 큼

johnsweek.tistory.com

 

"경력 있는 신입"

면허도 모두 보유했고 마음은 이미 유라시아 횡단이라도 할 거 같은데 정작 날 받아 주는 데가 없을 것이다. 필자도 그랬다. 이유는 간단하다. 민간기업들은 사무직조차 '경력 있는 신입'을 원하는데 버스 운전 경험을 바탕으로 직원을 채용하는 운수회사는 더욱 심하다. 운전직 도전하는 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받아주는 데가 없다'는 것.

반갑게도 내가 사는 곳 근처에서 마을버스 기사를 구한다는 채용공고를 발견했어도 막상 연락해보면 '경력 있어요?' 또는 '초보면 좀 어려운데...'라며 난색을 표한다. 물론 케바케다. 무 경력 신입이어도 자체 견습 시켜준다며 받아주는 곳도 있는데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노선 익히기 및 운행 실습이라는 명목으로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1개월 이상 무급으로 일하게 될 것을 각오해야 한다.

 

자격을 갖춰도 일하지 않으면 의미 없다

 

1. 신입이 가야할 곳, 마을버스 vs. 전세버스

우선 경력 없이도 비교적 신입을 잘 채용해주는 곳은 크게 두 곳으로 나눌 수 있다. 마을버스는 우리가 아는 그것이고 전세버스는 봄 가을 어르신들 모시고 장거리 관광을 나서거나 대학교 등 장거리 통학버스로 운용되는 버스, 대기업 통근버스들이 그것이다. 이제는 통근버스조차 거의 다 외주화로 전환되어 전세버스 업체들이 용역을 받아 그 일을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장단점이 명확히 구분되니 자신에게 맞는 테크트리를 애초에 정할 필요가 있다.

A. 마을버스 -> 시내버스(지선, 간선) -> 광역버스  or (필요 시) 운전 관련 공무원 또는 공항리무진 등

B 전세버스 -> 고속버스 or (필요 시) 운전 관련 공무원 또는 공항리무진 등

 

선택지가 무엇이든 운전기사로서의 길은 열려 있으나 붉게 마킹한 시내버스를 기준으로 놓고 본다면 갈 길이 달라진다. 서울시를 비롯한 준공영제 시내버스 정책을 시행 중인 광역시도나 지자체는 운전기사의 처우가 비교적 '준공무원'에 가까워 직무 만족도가 매우 높다. 우선 사측의 매출 압박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준공영제란 지자체에서 적자 노선을 운행하는 운수회사에 적자 분을 보전하는 방식이라 사측 또는 기사는 매출 걱정을 크게 하지 않아도 되고 지자체에서는 그 대신 시민들을 위한 노선 정책 및 안전운전 관련 규제, 징계 등에 일정 부분 관여할 수 있게 된다.

높은 연봉보다 일과 삶의 만족도를 추구하고자 하는 운전직이라면 서울시와 같은 준공영제 정책이 시행 중인 시도에 차고지를 둔 운수회사에 노크하는 것이 가장 옳다. 그리고 시작점이 '마을버스'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단 시내버스 회사들은 1년 내지 2년 이상의 대형차 경력을 기본 전제로 채용하는데 티머니 단말기 사용을 비롯한 정류소 승객 승하차, 배차간격 등의 노선버스 시스템에 익숙한 지원자를 우선한다. 그러하다 보니 전세버스 경력 3년 이상인 자보다 마을버스 경력 2년 이상인 자를 더 선호한다. (경기도 등은 1년 이상)

하지만 자신이 서울-부산 등의 장거리 노선 운행을 하는 고속버스에 뜻이 있다면 마을버스 또는 전세버스 어느 선택을 하든 좋다. 경력만 출중히 쌓아 최소 2년 이상 경험했다면 채용공고가 뜰 때에 두드려 볼만 하다.

 

앞차 기사랑 싸우고 싶다면 바짝 붙어 가면 된다. (회차지여서 실제 정보 상황이 아님)

 

2. 무 경력으로 마을버스 회사 입사하는 법

정말 어렵다. 요즘은 더욱 더 어렵다. 버스기사의 꿈을 품은 분들이 각오를 단단히 하고 첫 걸음을 떼는 곳이 마을버스인데 여기 조차 경험을 묻는다. 신입을 채용시켜주는 운수회사가 드물게 있긴 하나 그 마저도 사설 연수원 등에서 연수를 받고 오라 하거나 자체 연수(견습)기간을 1개월 정도 충분히 가진 뒤 정식 채용 시켜주겠다고 하는 곳도 있다.

여기서 견습이란, 만약 무 경험자일 경우 버스를 무난히 운전할 수 있는지를 테스트하는 과정부터 노선 익히기, 사수(경력 운전기사) 동승 하에 실제 승객을 받는 노선 운행을 시켜보는 등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다만 회사에 따라 견습기간은 '무급'을 기본으로 한다. 식대 또는 밥 먹여주는 정도다. 일반 회사에 익숙한 분이라면 이거 위법 아닌가? 생각되어 불합리하다 여기겠지만 운수회사들이 적지 않게 시행하는 '관례'라는 측면에서 용인되고 있기도 하고 하루 빨리 버스 운전기사가 되려는 자에겐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 여기는 면도 있어서 이 점이 시정되기에는 쉽지 않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각 운수회사가 요구하는 조건에 맞추되 지원자 스스로도 아낌 없이 발품을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주요 채용정보 사이트 및 워크넷 등에서 검색해서 현재 충원을 하는 곳은 없나 찾아보는 것도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이지만 평소 눈여겨 본 노선이나 운수회사가 있다면 이력서를 손수 적어 전화나 직접 찾아가서 이력서를 내밀도록 하자.

 

버스 운수회사에서 좋아하는 가장 기본 서식의 이력서 다운 받기 ▼

기본이력서.doc
0.09MB

 

간절하게, 진실되게, 자신의 각오를 보여라

필자는 무 경력자로서 1종대형 면허를 비롯한 대다수의 자격증은 모두 구비해 둔 상황이었으나 가장 선호하는(집에서 가장 가까운) 노선을 운영하는 회사에서는 무 경력의 신입을 전혀 받아줄 의사가 없어 보였다. 그래서 회사 전화를 받은 분께 사정 하여 사장님의 연락처를 받아 직접 전화를 드렸다.

 

사장님과 직접 통화로 간절함 전하다

12호: 버스 운전 경력은 없지만 저는 다수의 차량 운행해 보는 OO일을 한 적이 있어 약간의 시간만 주시면 금방 적응 해냅니다. 기회를 주세요!

사장님: 아니 잘 하시는 건 알겠는데 우린 신입을 뽑지도 않고 (나중에 다녀보니 실제로 그랬다) 정 하고 싶으면 연수원 같은 데서 경험을 쌓으시는 게 나을 건데... 그래야 버스 회사들이 받아 준다니까요.

12호: 견습을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견습 기회 주시면 제가 운전하는 능력 보여드려 믿으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사장님: 견습은 노선이나 그런 거 하는 거지 신입 테스트를 위해서 우린 하지 않아요~ 

 

짧은 대화이나 실제로 23분 이상 긴 통화를 하며 계속 생떼를 썼다. ㅎㅎㅎ 그만큼 간절했기 때문에 여기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간절하게 부탁 드렸다.

 

12호: 사장님, 그러면 제가 사설 연수원 같은 데서 연수 받고 오면 입사 기회 주시겠습니까?

사장님: 연수 받으신다고? 그래요 허허. 일단 가서 연수 받아보시고 잘 생각해보세요.

12호: 넵. 연수 받고 나서 꼭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사설 연수원에 등록한 첫 날 바로 문자를 드렸다. '사장님, 저 오늘 연수원 등록했습니다. 잘 마치고 꼭 연락 드리겠습니다' 이런 진상도 없다.

그 이후 실제로 연수원에서 진행하는 모든 커리큘럼을 마치진 않았으나 2~3일 정도 연수원 차량으로 대형 차량을 숙지하고 다시 사장님께 연락을 드렸고, 견습 기회를 얻어서 정식 발령까지 받아 기사로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사장님께서는 필자가 가끔 자잘한 사건사고를 일으킬 때마다 그 때를 회상하며 말씀하셨다.

'내가 그 때 그 전화를 받지 말았어야 했어. ㅜㅜ'

 

모 버스기사 연수원에서 타볼 수 있었던 현대 에어로타운. 상당히 오래된 녀석이었다. 강사가 앉는 보조석에 별도로 브레이크 페달이 있던 게 기억에 남는다.

3. 좋은 마을버스 회사 고르는 법

정답이라 할 수는 없으나 업계에 종사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기반으로 아래와 같이 세 분류로 나누어 보겠다.

 

A. 어서 와 타입

무 경려 신입도 받아 준다. 그리고 채용정보 사이트에 정말 수시로 공고를 내는 곳이 있다. 예를 들면 서울 OO구의 'OOO동 마을버스'는 외국 교포도 환영한다며 늘 구인난에 허덕인다. 사내 기사 처우는 어떤지 몰라도 대외적으로 알 수 있는 그 지역의 마을버스 노선을 보면 고도차가 심한 언덕배기를 오가는 데다 좁디 좁은 이면도로가 많아 현대 카운티 급이 아닌 이상 버스로 통행하기는 어려울 듯해, 지원자가 많지 않고 재직 기사도 오래 하진 못하는 듯했다. 정말 입사가 급하다면 이렇듯 채용공고가 잦은 곳도 고민해보라. 다만 위와 같은 문제가 아니라 업종을 불문하고 공고가 자주 뜬다는 건 그만큼 인력 교체가 잦다는 것이니 만큼 신중하게 알아 볼 필요가 있다.

 

B. 자체 견습 후 입사 채용 타입

나쁘지 않다. 서울 OO구의 OO상운은 일 년에 두어 번 채용공고가 올라오는 편이고 신입에 대한 제약도 적다. 우선 이력서를 들고 가면 반기는 편이며 경험의 경우 자체 견습 기간을 통해 숙지하면 된다 하니 지원자로서는 나쁘지 않다. 다만 견습 기간이 1개월 내외인데 무급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걸 감내할 것인지는 스스로의 결심이 필요하다.

 

C. 폐쇄적인 타입

일명 '꿀노선'이라 하는 수익 노선을 운영하는 운수회사인 경우가 이런 유형인데 사고도 적어야 하고 수익도 잘 나오는 편이기 때문에 숙련된 기사를 원한다. 필자가 근무했던 회사도 바로 이 유형이었는데 지금도 '어떻게 내가 여길 들어와서 일하게 되었지' 싶을 정도로 폐쇄적이다.

장기근속 하는 기사분이 대부분이며 누구 하나 나간다 하더라도 채용공고를 내지 않는다. 노조의 조합장 또는 인맥이 많은 특정 기사분에게 사장님이 경험 많은 희망자를 스카우트해 입사 시키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연유에서인지 어쩌다 딱 한 번 정식으로 채용공고를 낸 적이 있었는데 그걸 필자가 보고 사장님과 통화를 하며 매달렸던 것이다. 될 놈 될?

 

다음 편에서는 짤막하게 사설 버스운전기사 연수원에서 대해 적어 보겠다.